당신의 아이는 항생제로부터 안전합니까?

베트남은 전세계 국가 중에서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중 하나입니다. 항생제에 의해 쉽게 없어지지 않는 박테리아인 슈퍼버그(Superbug)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항생제 남용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항생제의 남용 사례는 병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만 1세를 갓 넘은 유아를 진료한 적이 있었는데, 이 아이가 생후 1년간 복용한 항생제의 양이 의사인 제가 평생 복용한 항생제양 보다 많았습니다. 항생제 남용은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항생제 남용은 약에 내성이 강한 박테리아를 만들어 냅니다. 지난 1년간 패밀리 메디컬 클리닉을 방문했던 영유아의 소변 샘플을 검사한 결과 소변 감염의 25%가 다내성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베트남 조사 결과에 의하면, 베트남 로컬 병원에도 다내성 박테리아 확산률이 70% 이르고, 이는 기타 선진국이 2%인 것에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항생제 작용

항생제 내성으로 만들어지는 수퍼 박테리아는 면역체계에 손상을 줍니다. 소화관 내의 좋은 박테리아는 면역체계의 세포들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균형잡힌 면역상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한 항생제는 몸에 좋은 박테리아까지 죽게 하며,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이는 일러지, 천식, 아토피, 만성 염증성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베트남에서 항생제 남용이 일어나는 몇가지 요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항생제는 단순 바이러스성 질환에 의한 독감이나 기관지염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사들은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박테리아 감염시 약을 처방할때도 항생제의 종류나 복용 기간 잘못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베트남 항생제의 3분의 2는 약국 카운터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플때 의사를 만나지 않고, 약사에게 바로 찾아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약사는 질환을 진단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을 보고 환자에게 항생제를 팔게 됩니다.

부모에게도 원인이 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먼저 항생제를 쓰기를 원하고,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았을때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약이 필요하지 않아도 의사를 보고 갈때 가방에 약을 가득 채워야 마음이 편한것인지...어떤 의사들은 부모의 강압적인 요구에 못이겨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항생제 쇼핑

베트남의 또다른 문제점은 여러 의사들을 만나 약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어떤 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거절해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고, 이 의사가 항생제를 주지 않으면, 또다른 의사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아픈 아이가 하루 이틀 사이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부모는 또다른 의사에게 아이를 데리고 갑니다. 그렇게 되면, 이 의사는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처방할지도 모릅니다. 단 며칠 사이에 서너명의 의사를 만나고 아이가 낫지 않는다고 아이를 저희 클리닉에 데려오는 부모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수퍼 박테리아는 일생에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가 디지털 정보를 USB를 통해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테리아도 유전 정보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플라스미드'라고 부릅니다.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 간에 유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고리 모양의 DNA를 말합니다. 플라스미드에 항생제에 저항하는 유전 정보가 포함되게 되며, 이는 박테리아 간에 옮겨 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항생제를 복용하면 박테리아는 저항성이 생기고, 저항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학교나 유치원에서 단체생활 중에 친구들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의사와 부모 대상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한,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사지 못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항생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닥터 조나단 (Dr. Jonathan Halevy), 소아과, 호치민 패밀리 메디컬 프렉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