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열이 나요!

아이들이 질병과 싸울때 우리 몸의 자연 면역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열이 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을 방어하는데 에너지를 쓰게 되어 우리 몸은 체온이 올라가고 극도의 피곤함과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열이 높으면, 부모는 너무 놀라서 빨리 열을 잡으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행동이 실제 아이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아이의 증상을 악화 시키기도 합니다.

열은 질병이 아니며 증상 중 하나 입니다. 아이가 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면, 이는 우리 몸이 외부 침입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표시 입니다. 열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감염과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열이 나기도 하며, 다른 질병 때문에 복용한 약 때문에 열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열이 나면 아이 상태를 살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때로는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열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부모가 맞지 않는 약을 아이에게 먹였기 때문에 열이 나는데도, 다른 질환 때문에 열이 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세 미만의 아이가 걸리는 모세기관지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며,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모세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항생제를 줄 경우 오히려 기침이 심해지고, 호흡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고 있는 아이가 열이 나면, 일부러 깨워서 약을 주거나 젖은 타월로 열을 식히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요? 사실, 아이가 자는 동안 열이나면, 이미 신경계에서 이를 컨트롤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아이의 잠을 깨울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신경계에서 열이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스스로 잠에서 깰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열이 날때 부모는 이를 막기 위해 약을 먹이는데, 이는 부모님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열이 38.5도 이상 올라갈 때에만 약을 먹이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열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걱정이 앞선 나머지 바로 약을 먹이는데, 이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콧물, 기침, 설사와 같이 아이에게 나타나는 다른 증상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기침을 많이 하고 발진이 생기거나 숨쉬기가 힘들고 열이 난다면 또한 열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우려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이럴때 의사의 진료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생후 3개월 미만의 신생아가 열이 난다면 매우 위험한 징후일 수 있으니 바로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열은 나지만 다른 증상이 없다면 열이 가라앉을 때까지 아이를 쉬게 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게 해줍니다.

열이 난다고 해서 항상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 병원에서 일할 때 동료 의사들은 아이가 기침, 콧물, 열과 같은 상기도 감염으로 병원에 올 경우 99%는 항생제를 처방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항생제는 열을 나게하는 질환 중 일부에만 작용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아이를 그냥 집으로 돌려 보내지 않고,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아이가 아픈데 의사가 약도 안주고 집으로 돌려 보낸다고 부모가 화를 내기도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베트남의 항생제 내성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며,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항생제 내성이 높을 경우 이후에 정말 항생제를 써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약이 듣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는 항생제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것도 큰 문제입니다.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지 않은 부모들이 쉽게 약국이나 작은 개인 의원에 가서 항생제를 구해와서 아이에게 먹입니다. 이런 상황이 항생제 내성을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듭니다. 만약 아이가 며칠 내에 좋아지지 않으면,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다른 병원을 다시 찾아가기도 하는데, 이때는 항생제에 의해 이미 증상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의사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힘들어 집니다.

공립 병원을 가는 베트남 부모는 무조건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말고,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인지 아닌지를 의사에게 물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물으면, 의사는 아이에게 무조건 항생제를 주기 보다는 상태를 지켜보다가 항생제를 쓸것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이 의사를 강력히 설득해 약을 처방하도록 하기도 하고, 의사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압박에 의해 필요하지도 않은 약을 처방할 지도 모릅니다. 부모님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열이 날 때에는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려 주시는 것이 가장 필요한 약일 수 있습니다.

닥터 꾸이 (Dr. Truong Hoang Quy), 호치민 패밀리 메디컬 프렉티스